표현의 기술
칸트를 읽고 갑자기 글쓰기 책이라니. 뭔가 맥락상 안맞는거 같지?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글도 생각의 일부이니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글쓰기는 나의 사유방식에 도움이 될 것" 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전개되는 것을 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만 읽자니 나도 모르게 책의 매력으로 빠져들고 있었을 뿐이고.
왜 쓰는가? (나다움을 찾기위해)
이 책은 구조적인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니다. "자신만의 글을 쓰는법"에 대해 강조한다. 그리고 유시민작가는 "표현의 기술"을 꼭 글쓰기에 한정짓지 않고, 그림이나 음악, 춤으로도 가능하고, (난 직업이 디자이너이니 디자인으로도..) "자신만의 표현의 기술"이 있다면 어떤것도 좋다고 한다. 표현은 남에게 알리고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나다움"을 찾아간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했을때는 공감되었다.
유시민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임으로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데, 꽤 많은 부분을 "직관"에 의존한다고 이야기했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어떤 "느낌" 같은건데 그걸로 상황을 먼저 판단하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추론을 한다고 한다. 느낌은 같은것을 보고도 옳은것, 선한것, 아름다운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확실히 그러면 자신만의 개성있는 생각이 나올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기르고 자신의 눈과 생각, 마음과 감정을 믿는것 또한 필요함을 느꼈다.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가? (나는 나다.라고 쉽게 이야기할 순 없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한다. 나는 자연을 어떤 관점으로 보나? 타인을 보는 관점은? 나에게 중요한 욕망과 실현방법은? 나의 생각과 감정은 남들과 어떻게 다른가? 를 통해서 남과 나를 구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화유전자 (밈:meme)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즉, 수천년동안 철학자, 과학자, 지식인들이 창조한 지식과 정보의 흐름안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는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정체성을 형성하고 독립해서 살아가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는 특별한게 있다? (독자의 생각과 감정을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난 이것을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법"으로도 볼 수 있을듯 하다.
베스트셀러가 이해하기 쉽고, 정서적으로 같은 마음이 들며, 독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해서 진정성있게 문장으로 옮기는것 처럼, 우리가 의견을 주고받거나 대화를 할때도 상대방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것 같다.
감정이입 어쩌란 말이가? (공감하는 글쓰기는 공감하는 글읽기부터 시작이다)
글을 잘 쓰기위해서는 먼저 글쓴이에게 최대한 감정을 이입한 상태로 글을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사람의 논리, 표현한 감정, 그 글속으로 들어가 더 많이 배우고 깨닫는게 중요하다고한다. 다독이나 속독보다는 한순간의 몰입하는것에 초점을 두고 단 한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젖어드는것을 강조했다. 소설 뿐만이 아니라 인문교양서나 과학책도 마찬가지.
세상의 모든 책을 읽으려는것은 모든 사람을 다 사귀려는것과 같다고 하면서 내가 재미있는책, 이해할 수 있는 책, 감동받은 책을 읽으면서 사는것. 그리고 다양한 책을 통해 나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시각이 바뀌게 된다면 그것 또한 멋진 일이라고 했다.
결국 "표현의 기술"은
- 자신만의 표현을 위해 직관에 의존해 생각과 판단을 기르고
-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지속적으로 되물으며
- 독자(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기위해
- 책을 잘 읽고 다양하게 읽고 좋은 간접경험을 쌓아가자.
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는 모습은 20년 전만해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이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것은 없다. 결국 답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것. 자신만의 "표현의 기술"을 익혀 제대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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