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단순히 뇌과학의 지식을 쌓는다는것보다 사람의 '기억'에 대한 메커니즘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되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 제목은 why we rememeber (왜 우리는 기억하는가) 이고 부재는 unlocking memory's power to hold on to what matters. (중요한것을 붙잡기위한 기억의 힘) 정도로 의역할 수 있을것 같다.
먼저 기억을 잊어버린다는것에 대한 오해를 풀고, 기억의 원리를 이해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어떻게 더 잘 기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고자한다.
1. 왜 어떤 기억은 남고 어떤 기억은 사라질까?
먼저 기억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보자.
우리는 종종 걱정을 한다. 기억을 잊어버린다고. 건망증이 치매와 같은 병명과 연결시켜 걱정을 사서 하기도 한다. 우린 정말 기억을 잊어버린걸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필터링 하는걸까? 이 책에서는 이것을 우선순위가 매겨짐, 혹은 유연하게 변화함, 기억의 재편성으로 이야기한다.
나의 경우는 단어를 열심히 외우거나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공부해본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기억도 많이 없고, 망각도 많이 없다. 항상 난 외우는것에 자신이 없어서 진리, 본질 같은 하나의 추상적인 원리에 관심이 많았다. 왜냐하면 그건 생각만 하면 되지 외우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좀 자유롭고 창의적인 편인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것이 나에겐 자연스러운 '생존메커니즘' 이었다. 이것은 내 마음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공통점과 패턴을 찾고 원리를 찾는것. 그외에 다른 부분들은 얼마든지 바뀌어도 괜찮다는것. 이게 예전부터 나의 기저에 있던 기억의 생존메커니즘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내가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정보가 많아진탓도 있고, 혼자 생각하는게 많아진것도 있고, 내 개념이 논리적으로 맞지않거나 불안하거나 엉뚱하게 짬뽕되어있다는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최근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질문을 통한 철학적 사고가 아니라, 문제해결적 관점으로 생각해보는것. 귀납적으로 수학적으로 딱 떨어지는 사고에도 익숙해져 보는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보가 많아지는 세상. 내가 결정해야할 일이 많아지는 시대. 이제 혼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모자라서 이렇게 버벅되고 있는것이다.
스스로 이해하고 객관화하고 그림그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GPT는 인풋용으로) 그리고 망각곡선에 맞춰 복습 스케줄을 짜는 연습을 해보자(암기 후 1시간 이내, 1일 이내, 1주일 이내에 복습). 새로운 정보도 좋지만 좋은 정보를 오래 가지고 있는것도 중요한것 같다. 그러기위해선. 처음에 70%만 하는게 중요하다(와비사비한 마음을 갖자). 100% 다 써버리면 복습을 할 수 없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잘 되는' 것같은 때가있다. 감정적으로 살짝 고조되고 도파민이 나오는 때가 아닐까 생각이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때를 경계하라고 한다. 그때 활성화되는것은 편도체 > 전전두엽 이기 때문이다. 즉, 이성적 사고가 아닌 감성적인 사고를 더 많이 할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지난 디자인을 보면 '내가 왜 이렇게 디자인했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었는데 왜 그런지 뇌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니 이제야 이해가되었다.
2. 기억은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게 하는가?
기억에는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억이 있다. 일화적 기억은 개인의 정체성과 과거 경험을 연결해주고 의미적 기억은 보편적 지식을 쌓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일화적 기억은 한번의 경험으로 빠른 교육을 얻고 학습을 하는것이다. 해마와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경험은 다양한 일화기억을 만들고 많은 공부는 의미적기억을 쌓게 도와준다. 이 말은 나이가 들수록 어렸을때 일화적 기억이 많은 사람들이 삶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일화적 기억이 장기기억을 만들어내니까 말이다. 더 좋은 방법은 간접적으로 의미적기억을 쌓고 일화적 기억으로까지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
현재의 내가 특정 맥락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되면 이것이 과거의 장기기억과 연결이되고 과거의 장소와 시간을 색인으로 해서 감각적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현재의 새로운 경험이 생기면 이것이 다시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형식으로 일화적 기억이 작동한다.
3. 어떻게 외우는것을 줄이고 더 많이 기억할까?
의미기억에 스키마 청사진 기능이 있다. 청사진은 기존 지식의 틀을 의미하고 새로운정보가 이 청사진에 부분조각으로 분류되거나 통합되는 형태로 기억이 된다. 다음은 기억을 오래동안 많이 하는 방법인데 기존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구조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보를 잘 묶고(chunking), 조직화하고(schema) 의미있는 패턴으로(mnemonics) 저장하는것이 구조화의 핵심이다.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청사진이나 스키마를 먼저 머리에 그리고 자신만의 청크를 만들어본다. 같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나 메타포를 연결해도 좋고 익숙한 공간을 활용해도 좋다. 자신만의 스키마를 많이 보유하면 할수록 기억에 더 확실히 도움이 된다.
4. 기억과 상상이 불가한 이유.
글쓴이는 기억은 사진처럼 명확한게 아니라 개인의 주관과 해석이 더해진 그림이라고 말한다. 뇌에서는 상상과 기억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현재의 신념, 감정, 암시등에 의해 쉽게 왜곡될 수 있다.
좀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의 기억이 (뇌과학적으로 보면)상상에의해 구축된다는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에는 진실, 혹은 거짓이 없고 사진보다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에 가깝다는것이다.
기억의 신뢰성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만큼 가소성이 크다는것을 의미한다. 변화한다.
5. 기억 내용과 기억 느낌은 왜 다를까?
기억이 생생하다고 진실인것도 아니고 희미하지만 진짜기억인 경우가 있다. 즉, 기억도와 생생함은 별개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감정상태가 과거의 기억상태를 왜곡하며 이로 인해 감정과 기억은 복잡하게 얽혀있는것이다.
6. 기억이 없이도 우린 어떻게 학습하는가?
우리가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못해도 몸이나 직관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인간의 뇌에는 친숙함을 느끼는 별도의 시스템이 있으며 이것이 무의식적 학습이나 암묵적 기억의 밑바탕이 된다. 이 익숙함은 우리의 결정, 판단, 편견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7. 기억은 어떻게 새로움과 마주하게 하는가?
사람은 익숙한것을 편안해 하면서도 동시에 낯선것을 배우고 호기심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호기심은 도파민과 연결되어있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이끌림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우리의 생존매커니즘은 기억시스템이 새로움을 탐지하고 강조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메시지를 전한다.
8.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기억이 변한다.
기억의 역설적인 특징이 있는데 " 재생하면서 동시에 다시 녹음된다"라는것이다. 단순히 play하는것이 아니라 play하면서 동시에 내용이 업데이트 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즉 어떤 사실을 기억하려고 떠올리면 그 기억이 불안정해졌다가 다시 저장되는데 이때 현재의 컨텍스트의 환경과 마음상태에 영향을 받아 재기억된다는것이다. 또 한번 학습한 내용중에 시험(test)형태로 회상하다보면 기억이 견고해지지지만 동시에 관련된 다른 정보는 더 잊어버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회상행위에 영향을 받아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억 전체를 새로 쓰는것이 아니라 작은 수정에 가깝다. 이 수정 가능성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경험에서 배움을 얻어 성장할 수 있는것이다.
9. 틀려봐야 더 많이 배운다.
실수와 고통을 통한 학습의 가치를 강조한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실패와 오류가 뇌에 최고의 스승이라고 역설. 왜 어려운길이 쉬운길보다 학습에 유리한것일까? 이는 뇌가 노력과 에너지를 투입할때 시냅스가 강하게 연결되고 도파민 보상이 주어져 학습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틀림으로 인해 오류에 흔적이 자리잡히고 정답과 오류사이의 대비로 인해 더 확실하게 자리잡는다. 수면중에 뇌가 부분적으로 창의적인정보를 엮어내기도 한다. 자고일어나서 다음날이되면 정리가 되어있다.
그리고 실패하는 '태도'가 기억의 성과를 좌우한다. 나는 잘 몰라서 그렇지, 더 배울 수 있어.뇌는 근육과 같아서 쓰면 강해진다는 메시지이며 어려움과 실패를 환영하는 마음이 장기적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10. 사회적 상호작용이 우리의 기억을 빚어내는 방식
기억은 개인의 뇌 속에만 저장되어있는것이 아니라 사회적 교류를 통해 형성되고 변화한다는것이다. 이야기하면서 기억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기억도 함께 변화한다. 기억은 사회적 산물이고 어떻게 건강한 사회적 기억을 가꾸어갈지가 중요하다. 사람들의 대화중 40%가 과거의 이야기를 교환하는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기억이 다른사람의 공유기억이 생기고 이 기억이 사회적으로 재구성 되는것이다.
정리
이처럼 기억은 고립된 하드드라이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능동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기억의 특징을 이해하고 학습법과 인간관계, 그리고 자기계발, 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잊어버림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수회피보다 여럿이서 함께 성찰할때 기억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것이다.
이 책의 핵심내용 3가지. 도형으로 만들어서. 하루도형. 만들기. 독서모임 피드백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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